꽃들에게 희망을-여인서



인서야!

삼촌은 세월에 ‘흐른다’는 표현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누구일지 가끔 궁금하단다. 흐른다는 것은 강이나 개울처럼 발원지가 있고, 상류와 하류가 있어서 결국엔 더 큰 바다로 합쳐지는 물의 여행을 뜻하는 말이지. 그 사이에는 가파른 폭포가 있을 거고, 잔잔한 평지도 있겠지. 물살이 센 여울목도 있을 테고 굽이굽이 곡선주로도 있을 거야.

세월도 비슷하겠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이 지루하거나 한결같이 정신없는 세월은 없을 거야. 평온하다가도 시끄럽고, 한가하다가도 분주하지. 곧 죽을 것처럼 힘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의 안정이 오기도 해. 그러니까 세월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의 짬뽕탕인 것이지.

너에게 졸업 축하 문집에 실을 글을 부탁받고 고민이 깊었다. 2000년 1월생, 새천년둥이인 네가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고, 어떤 글로 축하와 격려를 보내야 할 지 고민스러웠어. 생각 끝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지. 세월은 빠르게 흐르지만 그 흐름을 무서워 뒷걸음치거나 마냥 넋 놓고 바라보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대, 스스로 흐름을 조절할 줄 알면서도 억지로 물길을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 지혜. 이런 것들이 떠올랐지.

삼촌이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독후편지 형식을 빌어서 축하 인사를 전할게. 책은 네 나이 즈음에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야. 내가 6학년 마지막 겨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한 달 정도 병원에 누워 있었는데 입원환자들에게 빌려주는 책을 집었지. 노란 나비들이 그려진 표지가 유치해 보이긴 했지만 딱히 읽을만한 책이 없었어. 아마 인서 너도 이미 읽은 책일 거야.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에게 읽힌다는 것 자체가 좋은 책이란 반증이겠지.

그렇게 우연히 읽은 책이 곱씹어 볼수록 많은 생각거리를 주더라고. 특히 요새 그 애벌레 탑이 많이 생각 나.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모든 애벌레들이 올라가니까 위로 위로.. 다른 애벌레를 밟아야 올라갈 수 있으니까 처음엔 눈 지끈 감고 밟지만 나중에는 밟는 것도, 밟히는 것에도 익숙해지지. 요새 세상이 점점 더 이렇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점수와 등수, 스펙쌓기, 학벌, 자격증.. 어디쯤 올라왔는지, 얼마를 더 올라가야 정상인지 끊임없이 확인하지.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마음들이 모여 만든 거대한 신기루 같은 거야. 태어나자마자 경쟁 시작이야. 어린 아이들한테까지도 이런 현상이 번진다고 하니까 분명 미친 스펙의 사회가 맞는 것도 같다. 학교를 졸업해도 마찬가지야. 받는 월급과 집의 평수와 통장잔고, 자동차 배기량까지. 비교할 수 있는 모든 수치를 비교하는 사회란다.

인서야. 너 같은 꿈나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마음 같아서는 -이 세상은 정말 살만한 곳이야. 네가 어떤 사람이든 네 꿈을 펼칠 수 있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신념대로 살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다. 기대하면서, 또 도전하면서 준비하렴 -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 인서야, 세상은 참 험해. 서로를 비교하고 편을 가르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지. 차별이 남아있고 실패를 용납하지도, 지체를 허용하지도 않는다. 각박하고 살벌한 곳이야 -라고 말해야겠다. 하지만 이런 말도 덧붙이고 싶어. 애벌레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 이르는 그 꼭데기에 부와 명예, 성취감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허탈감과 죄책감도 있을 거야. 더 중요한 사실은 그 탑에 오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거란다. 맹목적으로 탑에 오르기보다는 정말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스스로를 많이 관찰하면서 네 시선과 마음이 어디로 흐르는지 확인해 보렴. 그것이 행복의 출발점이란다. 그리고 네 행복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면 더더욱 좋겠지. 꽃들에게 희망을 나누어주는 나비처럼.

7학년이 되면 내년 한해는 시골에서 지낸다고? 삼촌까지 기대되는구나. 부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길 바란다. 농사 지은 채소나 과일이 남으면 좀 보내주고^^ 다시 한번 졸업 축하한다. 사랑해!

여인서는-우리 막내누나의 큰 딸. 딸이 귀한 집이라 어려서부터 온 집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특히 내가 외국 생활을 하던 기간 중에는 이 녀석 사진을 보면서 향수를 달래곤 했다. 서울 마포에 있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재주와 재능이 뛰어나 매스컴을 많이 탔다. (하도 TV와 신문에 많이 나와 미디어걸이라는 별명도..) 여러 사람과 더불어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머리로, 몸으로,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심야치유식당 - 이혜영

혜영씨!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있더군. 난 아직 읽지 못했지만 정말 그럴까 하고 생각하게 돼. 요새 젊은 세대가 느끼고 있는 암담함과 절망감에 이 말이 위로가 될까? 정말 아프니까 청춘일까? 모든 청춘은 다 아파야 하나? 아프지 않는 청춘이나 여전히 아픈 중년과 노년은 없나? 그리고 내 문제로 돌아오자면... 나는 청춘일까? 아니면 벌써 중년일... » 내용보기

두근두근 내 인생 - 이진솔

진솔아경험은 소중한 거다.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부자에게나, 걸인에게나, 너처럼 겨우 뒤집는 아기에게나, 곧 죽을 암환자에게도 아주 공평해. 시도한 만큼 얻어지는 거지. 물론 시도하지 않아도 얻어지는 경험도 있어. 네가 딸랑이를 보게 된다든가, 택배 아저씨가 누른 초인종 소리에 놀라 잠을 깬다든가 하는 시덥잖은 것들이지. 그렇다고 해도 넌 딸랑이... » 내용보기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편지

숨가쁜 시간이었다. 블로그에게, 즉 나에게 온전히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나날들이었다. 읽고 싶은 책은 많다. 외면하고 싶은 이슈도 많다. 쓰고 싶은 편지 역시 많다. 그 와중에도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나 몇달 동안 단 한 통의 독후편지도 쓰지 못했다. 독일교육이야기, 표백, 심야치유식당, 닥치고정치, 죽은왕녀를위한파반느, 본드걸미미양의모험, 죽도... » 내용보기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이진하

 삼촌!밝단초당에는 물난리가 없었다니 다행입니다. 청학동 가옥 몇 채가 무너질 정도였으면 이번 여름 폭우의 날카로움을 짐작할 수 있겠네요. 또 폭우가 쏟아집니다.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혼자시니까 남들보다 두배는 더 조심하세요. 공지영 씨가 쓴 책은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읽지 않았습니다. ‘고등어’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전부인데 사실... » 내용보기